잠시 동안 시청-광화문 쪽에서 일한 적이 있다. 근무를 시작한 시기는 정말 매섭게 추운 겨울이었다. 다들 알겠지만 시청 앞 잔디밭에는 겨울마다 스케이트장이 개설된다. 한 시간에 천 원이었던가? 엄청나게 싼 가격에 탈 수 있어서 돈도 없고 마땅히 운동할 곳도 마땅치 않았던 자취생인 내게는 아주 좋은 장소였다. 또 스케이트 타는 방법을 익혀보고 싶기도 했고. 뭔가를 배운다는 건 참 즐거운 일이니까. 그렇게 홀로 요령도 없이 무작정 빙판 위에 올랐다. 처음엔 바를 잡고 엉금엉금 걷다가, 맨손으로 살살 나아가보다가, 끙끙 애쓰다보니 어느 순간 꽤 자연스럽게 얼음을 지치게 되더라. 픽픽, 꽝꽝 넘어지는 사람들을 보며 ‘으, 아프겠다’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. 어떻게든 저렇게 다치지 않고 이 즐거운 시간을 마무리해야겠다고 다짐하며. 하지만 스포츠에 별다른 재능이 없는 나, 별 수 있겠는가. 깜빡 다른 생각을 하는 순간 얼음 위에 엉덩방아를 찧었다. 어찌나 세게 넘어졌던지 꼬리뼈의 진동이 골까지